반갑습니다
고산교회 홈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 내고산리, 산 아래 작은 마을에 있는 교회입니다. 교인은 서른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크지 않은 교회입니다.
그런데도 이 페이지를 열어보셨다면, 어떤 마음이신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교회를 찾고 계실 수도 있고, 오래 떠나 있다가 돌아갈 자리를 살펴보고 계실 수도 있고, 그저 여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반갑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는 2007년 11월, 신학대학원 3학년 전도사 시절에 이 교회에 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런 목회의 준비가 없었습니다. 큰 계획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이 교회는 7년 동안 비어 있었고, 교인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예배당은 낡았는데 고칠 돈이 없어서, 목수 일을 배워 제 손으로 고쳤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제 가족만 앉아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마음은 사명감이라기보다 부끄러움에 가까웠습니다. 젊었을 때 하나님께 제대로 충성하지 못한 죄송함이 있었고, 늦게라도 불러주신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이 작고 낡은 교회가 과분했습니다. 설교를 못 한다고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
한참 뒤에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 교회는 1965년에 세워졌습니다. 고향에 복음이 전해지기를 바랐던 한 사람의 부탁, 마을 청년에게 빌린 마이크 한 대를 들고 들어온 전도사, 얼굴도 모르면서 손뜨개질로 번 돈을 보내준 네덜란드 흐로닝언 교회의 청년들, 자기 목사 생활비도 빠듯하면서 예배당을 지어주러 온 이웃 교회 성도들, 그리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서도 땅을 내어준 마을 어른. 그 다섯 가지 위에 이 교회가 섰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하나도 모른 채 부임했고, 십수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내려져 있던 뿌리 위에 서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받은 줄도 모르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교회가 잘 되었다는 말을 잘 못 합니다. 지금 함께 예배드리는 분들도 제가 전도해서 모신 분들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셨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방식으로 한 분 한 분 오셨습니다.
그 다섯 가지 이야기는 설립배경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세 가지
부끄럽습니다만, 저희에게는 특별한 비전이 없습니다. 목표라고 할 것이 있다면 이 세 가지뿐입니다.
화목한 교회
부임하면서 세운 유일한 목표가 “갈등이 없는 교회”였습니다. 지금도 같습니다. 서로 군림하지 않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피차 낮아져 섬기는 자리이기를 바랍니다.
말씀을 사모하는 교회
주변에서 “설교가 어렵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식으로 쉽게 하라”는 권유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강단에서 전하려는 것은 하나입니다. 자격 없는 우리를 살리시려고 하나님께서 자기 독생자를 십자가에 내어주셨다는 그 소식입니다. 그 말씀이 가감 없이 선포되는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교회
교회가 늙는다는 것은 나이가 드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사라지고, 남의 아픔에 내 시간과 마음을 쓰는 일이 귀찮아지는 것이 늙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렇게 늙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을 안에서
말로 전도할 수 없던 시절이 길었습니다. 집성촌인 데다 예전의 좋지 않은 일로 교회에 대한 마을의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 대신 오래 사는 쪽을 택했습니다. 마을 농산물을 팔아드렸고, 주말에 아이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가르쳤고, 마당에 트램펄린을 놓아 할머니를 보러 온 손자 손녀들이 놀게 했고, 마을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자녀들도 도시로 보내지 않고 이 마을에서 함께 키웠습니다.
지금은 아동센터와 청소년 진로상담, 가족 상담, 장애인 활동지원과 노인 요양보호, 생명의전화 사역으로 마을의 여러 자리에 서 있습니다. 큰 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끝까지 따라가고 싶어서입니다. 작은 지역이라 불리한 것이 아니라, 작아야 끝까지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함께 걸으실 분을 기다립니다
2025년에 저희는 설립 60주년 예배를 드렸습니다. 60년 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저희에게 흘려보내 준 것을, 이제는 저희가 흘려보낼 차례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정한 표어가 ‘생명·사랑·축복의 통로’입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누가복음 6:38
화려한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사람이 많지도 않습니다. 다만 말씀이 바르게 전해지고, 서로를 오래 지켜보아 주는 자리는 있습니다. 지치셨다면 쉬어 가셔도 좋고, 오래 떠나 계셨다면 조용히 돌아오셔도 좋습니다. 그 어느 쪽에도 설명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주일에 한 번 와 보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고산교회 담임목사 최윤식 드림
